괴물 백과 사전

산발지지 (散髮至地: 풀어 헤친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라는 말)

어우야담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중 삽화

귀신의 일종으로 발뒤꿈치까지 닿는 긴 감색 옷을 입고 산발한 머리가 매우 길어 바닥에 닿을 정도인데 그 머리카락 사이의 두 눈이 고리처럼 번쩍번쩍 빛나는 모습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당당하게 사라져 달라고 말하면 큰 바람을 일으키며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다. 가까이에서는 노린내가 아주 강하게 난다.

조선 전기 성수침이 서울 백악산의 청송당에 있을 때 황혼 무렵에 홀로 있을 때, 이것이 갑자기 나타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고 한다. 누구냐고 물었지만 답이 없었고 가까이 오라고 하자 가까이 왔다고 한다. 도적이라면 가져 갈만한 물건이 없고, 귀신이라면 사람과 귀신의 길이 다른 법이니 빨리 가라고 하자 사라졌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온다.


* 긴머리를 풀어 헤친 전형적인 옛 귀신 형태에 속한다고 할만합니다. 그런데 얼굴을 가리고 있으며 늘어 뜨린 머리카락 사이로 이상한 눈빛이 보이는 형태는 최근 영화 속에서 특히 유행한 형태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다만 입고 있는 옷이 흰 옷이 아니라 감색 옷이라는 점은 특이합니다. 특별히 말을 하지 않고 문득 홀로 있는 사람을 겁주며 나타났다가 당당한 태도를 취하면 또 말 없이 사라진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봉두귀물" 항목에서 설명한 전통적인 귀신과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 더 신비롭고 한편으로는 당시 기준으로는 특이한 모습인 느낌입니다. 강한 바람과 냄새가 있었다는 언급이 있는데, 이 귀신의 홀연한 등장과 사라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바람과 냄새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봄직도 합니다. 바람에 긴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모습도 쉽게 상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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