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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복 (倒箭箙)

어우야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화조도 (공공누리1)

대단찮아 보이는 간단한 파랑새, 곧 청조(靑鳥) 모양의 새다. 그러나 화살을 아주 잘 피해서 도저히 맞힐 수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크기는 제비보다 조금 작은데, 금산에 있었다고 한다. 도전복은 이 새의 별명인데, 말 뜻 그대로 풀이하면 화살통을 엎는다는 뜻으로 활로 쏘아 잡으려면 잡을 듯 잡을 듯 놀리듯이 못 잡게 되어 화살만 낭비하게 되는 새이므로 "화살통털이"라는 말이다. 사간공(司諫公)이 아주 품질이 좋은 남읍의 대나무로 만든 화살, 즉 남읍전죽(南邑箭竹)을 이용해서 한 발을 쏘아 이 새가 화살을 피하게 하고 뒤이어 한 발을 더 쏘면서 새가 움직일 방향을 예측해서 쏘아서 결국 맞추었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온다.


* 사간공은 "어우야담"의 저자인 유몽인의 조상인데, 사간공이 남겨 둔 화살을 사용한 사람은 모두 무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붙어 있습니다.

파랑새 곧, 청조는 중국 고전에서 신선 서왕모가 황제에게 뜻을 전하는 사자로 날려 보냈다는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어서 흔히 조선시대의 시에서도 사신이나 사자를 상징하는 말, 또는 신령스러운 것의 뜻을 전하는 사자를 상징하는 말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삼국유사"에서는 원효에게 관음보살의 뜻을 전하기 위해 나타난 새로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는 새로 청조가 나타나기도 하고, "동국여지승람"에도 통청군 바닷가의 금란굴 안에는 관음보살이 있는데 청조가 그곳을 드나들고 있다는 전설이 실려 있습니다. 한편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에서는 죽은 귀신의 뜻을 전하는 동물로 청조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화살을 극히 잘 피하며 화살 쏘는 사람들을 놀리듯이 하는 도전복 이야기에도 이런 식으로 어떤 알 수 없는 신령스러운 것이 보낸 사자라는 느낌이 있어서 사람들이 더 잡으려고 애썼다는 것으로 상상해 볼 여지도 있겠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어우야담"에는 새끼를 뱀에게 잃은 학이 복수를 하기 위해서 불러오는 제비 보다는 크고 비둘기 보다는 작은 다른 청조 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여기서 이 청조는 홀연 나타나 홀연 사라지는데, 뱀의 머리 위에 앉으면 뱀이 턱이 빠지면서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이 역시 작은 새인데 그 새가 머리 위에 앉으면 그것은 죽게 된다는 점에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분위기는 여러 청조에 관한 이야기나 도전복 이야기와도 통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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