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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군부군 (巡軍府君)

순군부군청기


당인리 부군당 무신도

순군부 즉, 죄인을 붙잡거나 가두어 놓는 관청을 다스리는 신령으로 17세 정도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헝클어진 머리는 풀어 헤쳐져 있어서 비녀도 하지 않고 있고 단장은 하지 않았으며 보통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윗도리는 보라색 실로 된 옷을 입고 있고 아랫도리는 엷은 황색 비단치마를 입고 있다. 순군부군이 있다고 믿는 감옥에 갇힌 죄수들은 순군부군이 문란한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여 나무로 뭉툭한 몽둥이 모양을 깎아 만들어 제물로 바치면서 자신들이 빨리 감옥에서 나가게 될 것을 빈다.

원한을 갖고 죽었기 때문에 원한을 갚기 위해 대오접(大烏蝶), 즉 크고 검은 나비, 또는 큰 까마귀 나비로 변해서 범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실제 범인을 밝히고자 하는데, 이것이 날아 가는 것을 따라 가다가 어떤 사람 머리 위에 머물면,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순군부군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편 사람들은 감옥에 갇혀 있다가 얼마만에 나가는지, 어떤 판결을 받는지, 언제 감옥에 또 잡혀 오게 될 지 등등에 대해 미래를 내다 보거나 그런 운수를 바꿀 수 있는 영험이 순군부군에게 있다고 믿었다.

허균이 1610년 감옥에 갇혔을 때, 같이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순군부군을 믿고 있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과 자신이 순군부군에 대한 꿈을 꾼 것을 글로 남겨서, “순군부군청기(巡軍府君廳記)”에 나와 있다.

* “순군부군청기”에는 허균의 꿈에 나타난 순군부군이 죄수들이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자꾸 자신에게 이상한 것을 바치는데 자신은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싫다고 밝히는 내용으로 나와 있습니다.

“부군”이라는 것은 어떤 관청, 기관 따위에 깃든 신령을 말하는 것으로 부근(付根)이라고 표시한 사례도 나타납니다. “중종실록” 1511년 3월 29일자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 초기에도 있었던 풍습으로 관청에서 아예 부군이 머무는 부군당을 만들고 관리하면서 관청에 관한 일을 비는 대상으로 나와 있기도 합니다. 현대에 조사된 무속에서도 신령이 깃든 곳을 “부군당” 내지는 “부근당”이라고 부르는 사례는 자주 발견 되며, 최근 자료를 보면 서울과 한강 근처에서 주로 이런 풍습이 조사 된 편입니다.

허균이 남긴 이 기록에서 감옥과 수사를 다스리는 순군부군에 대한 이야기는 세부가 상당히 잘 남아 있는 편입니다. 또한 허균의 이야기처럼 여성 형태의 신령이 부군당에 깃들었다는 형태는 옛 기록 중에도 다른 사례가 있어서 19세기 기록인 “오주연문장전산고”의 “화동음사변증설”에는 “송씨저(宋氏姐)” 즉 “송 각시”라고 할만한 신령을 숭배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보통 원한을 갖고 죽은 혼인하지 않은 여자의 귀신 이야기에 대해 20세기 초에 이능화가 조사해서 발표한 자료에서는 이것을 “손각시”라고 하여 원한 맺힌 귀신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으로 언급했고 덕분에 요즘에는 처녀귀신이라는 이름으로 이와 비슷한 것을 귀신의 대표로 보고 있기도 한데, 이러한 내용들은 서로 연관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요즘 처녀귀신 이야기에서는 흔히 무서운 일을 하는 원한 맺힌 귀신이라는 점이 강조되는데 비해, 거슬러 올라간 조선 초기의 부군 이야기에서 부군은 그 관청의 일에 대한 위엄과 뛰어난 영험이 강조되는 면이 있다는 점은 재미 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 상상해 보자면, 범인을 잡고 수사를 하는 데에는 귀신 같이 뛰어난 사람 같은 것이 있어서 자기 별명을 순군부군이라고 한다던가, 검은 옷을 입고 다니거나 나비 모양으로 꾸미고 다니는데 그 정체를 숨기고 지내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의 범인을 잘 잡는 자가 있는데 그 별명을 “검은 나비” 내지는 “대오접”이라고 부른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허균이 순군부군에 대해 남긴 기록에 따라, 조선시대에 검은 나비 형상으로 자기 모습을 숨기고 다니는데 알 수 없는 사건의 범인을 잘 찾아 내는 사람이 있어서 사람들이 별명으로 순군부군이라고 부르는데, 이 사람이 17세 여성이라는 쪽으로 생각해 봐도 재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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