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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구 (春川嫗)

증보 해동이적
경기도 박물관 소장 요지연도 중 발췌
경기도 박물관 소장 요지연도 중 발췌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이고 젊어 보이는 듯하기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아주 나이가 많다는 점은 느낄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으로서의 욕망을 완전히 버리고 고고하게 살고 있는데, 바로 그 때문에 장수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마음이 흔들려 사람으로서의 욕망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되면, 그 순간 그 세월에 걸맞는 완연한 늙은 모습으로 돌변하게 되고 이내 병들고 썩은 모습이 되어 죽어 버리게 된다. 춘천에서 어떤 할머니가 스님이 된 그 아들 곁에서 지냈는데 스님이 사망한 후에 오히려 할머니는 득도하여 아주 오래 장수하다가 이런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춘천 부사의 아들이 이 할머니에게 도전하겠다는 사악한 마음을 품고 그 앞에서 온갖 세속의 시끌벅적하 음란한 놀이를 10일 동안 보여주며 희롱하였는데, 10일째 되던 날 마침내 할머니가 순간 마음이 잠깐 흔들리자, 단숨에 늙고 병든 모습이 되어 버렸고 불과 며칠만에 그대로 죽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증보 해동이적”에 나와 있다.


* 백제 때 의자왕을 모시던 사람이 우연히 살아 남았는데 어쩌다 보니 장생하게 되어 그 후 천년이 넘게 동안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다가 속세 사람과 교류한지 잠깐 만에 늙어 죽어버렸다는 “순오지”의 “백제 궁인” 이야기와 아주 비슷한 형태입니다. 다만 늙은 듯 젊은 듯 하다는 모습에 대한 오묘한 묘사라든가, 속세에 대한 욕망을 품고 있는지의 여부가 젊음과 늙음을 좌우한다는 구도적인 이야기 형태라든가 하는 면에서 이 이야기가 괴물 이야기로 뽑기에는 훨씬 더 특징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춘천구”라는 제목은 원전에 실린 것인데, 그냥 “춘천의 할머니”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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