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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부 (啖父)

양엽기
강화역사박물관 소장 청동사자모양향합 뚜껑 부분 (공공누리1)

여우와 비슷하지만 다른 짐승으로 자신의 아비를 잡아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아비를 삼킨다는 뜻의 한자를 써서 "담부(啖父)"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비슷하게 거미는 자신을 낳아준 어미를 공격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머니를 거스른다는 뜻의 한자를 써서 "거모(据母)"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덕무의 "양엽기"에 나와 있다.


* "양엽기"의 내용은 지금 담비라고 부르는 짐승을 옛날 발음으로 "담부" 비슷하게 발음하는 지역이 있었고, 지금 거미라고 부르는 벌레를 옛날에는 "거모"라는 발음으로 부르는 지역이 있었기 때문에 생긴 민간어원 소문을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대단히 악한 행동을 하는 것을 상징할 만한 두 짐승을 소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짐승들의 세계는 사람의 도덕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다른 세계라는 것을 나타내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담비 가죽은 사치품을 만드는데 많이 활용되었지만 서울의 선비들은 이 짐승의 실제 습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으므로 담비에 대해 그 모습과 습성에 대해 이상한 이야기가 도는 경우가 제법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담비가 나무 속에 우연히 꿀이 들어 있는 것을 잘 찾아내는 재주가 있어서 나무에 구멍을 낸 뒤에 거기에 꼬리를 담가서 꿀을 적신 뒤에 빨아 먹는다는 이야기가 "청장관전서"에 나와 있기도 합니다.

그 모습에 대해서도 엉뚱한 소문이 많이 돌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기록인 "송남잡지"에는 춘천 등지의 깊은 산에 사는 개와 비슷한 짐승이 담부라고 설명하면서, "담부(潭夫)"라고 표기했습니다. 특히 "송남잡지"에서는 중국 고전에서 곰, 호랑이와 맞먹는 매우 강한 맹수로 자주 언급되던 "비휴(豼貅)"라는 전설 속의 짐승이 사실은 담부라고 주장했습니다. 비휴는 흔히 용맹한 군사들의 행렬을 상징하는 맹수로도 고전에서 매우 많이 활용되던 짐승인데, 현대 중국에서는 돈이 많이 모이는 것을 상징하는 짐승이라고도 흔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송남잡지"에서는 비휴가 바로 조선의 담부라고 하면서, 담부는 개들이 떼지어 다니듯이 산에서 용맹한 군사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는 짐승이며 그렇게 군대처럼 행렬을 만들어 다니는 습성 때문에 호랑이라고 하더라도 대적하지 못한다는 당시의 속설을 기록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춘천 지역 산에서 담비가 발견된 것을 보면 신기한 기록이기는 합니다. 이렇게 보면 실제 담비와는 다른 조선 시대 헛소문 속의 "담부"는 담비 보다는 좀 더 개에 가까운 모습이고, 호랑이와 대적할 정도라니 크기도 좀 더 크고 이빨과 발톱도 강했을 것이며, 군대처럼 행렬을 지어 서로 규율에 따라 합심해서 싸우는 다니는 맹수이며,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비를 먹는 것을 꺼리지 않고, 꿀을 찾아내어 꼬리로 적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상한 짐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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