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백과 사전

거악 (巨鰐)

어우야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춘천 청평사 극락보전 용두 사진 (공공누리1)

순천 근처의 바다 속 어느 곳에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한겨울에도 벗은 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그곳의 큰 전복을 따기 좋은 곳 즈음에 이상한 괴물이 사는데, 사람을 한 번에 물어 죽일 수가 있을 정도로 크다. 정확한 모습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물고기의 일종인 것처럼 설명되어 있다. 이 물고기는 쇠붙이를 무서워해서, 전복 따는 사람들은 작은 칼에 방울을 단 채로 들고 들어 가서 방울소리로 이런 괴물을 쫓으려고 한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 이야기와 같이 다음의 내용도 실려 있다. 변방을 돌던 관리가 물놀이를 벌여 놓고 전복을 따오라고 몰인(沒人)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시켰는데, 물 속에 들어갔다가 이상하게도 입을 딱 벌리고 웃는 얼굴로 물 밖에 떠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떤 무서운 것의 습격을 받아 허리 아래가 도끼로 잘린 것처럼 끊어져 있었다고 한다. 한편 권준(權俊)이 순천 부사가 되었을 때, 어부에게 바다에 들어가게 했더니 물 속에서 거악(巨鰐)이라는 짐승에게 옆구리가 물려 고통 받다가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같이 엮여 실려 있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물 속에서 이상한 것의 공격을 받아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세 편이 한 항목으로 연결되어 실려 있는데, 그 중에 첫 번째 이야기는 "어우야담"의 저자인 유몽인이 집에 있던 궁매(宮梅)라는 노비가 고향 순천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록해 둔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희생자는 물 속에 들어 가서 전복을 따던 사람인데 전복 열 개를 한 꿰미로 엮어 거래해야 하는데 아홉 개를 땄을 때 괴물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만 두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하나만 더 따오라고 하는 바람에 다시 물 속에 들어갔다가 공격 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관청이나 관리에게 명령을 받거나 물건을 바치려고 어민들이 고생하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관청의 횡포를 비판하려는 느낌도 어느 정도는 서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전복을 따는 일이 어머니와 딸, 여성들이 하는 일로 묘사 되어 있어서 요즘의 해녀 문화와 비슷하다는 점도 눈에 뜨이고, 해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방울을 단 칼을 쓴다든가 하는 묘사나, 물 속에 잠수하는 사람을 "몰인"이라고 불렀다는 점도 눈에 뜨입니다. 원문에는 해녀 일을 하는 사람들이 표주박을 들고 바다에 가서 작업 중 물에 떠올라야 할 때는 물에 뜨는 표주박을 이용해서 떠올랐다고 하는데, 숨을 참았다가 몰아 쉴 때 마다 휘파람 소리가 났다는 묘사도 있습니다.

한편 "거악"이라는 말은 직역하면 거대한 악어라는 뜻인데, 실제로 거대한 악어가 순천 근처의 바다 속에 살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므로, 막연한 바닷 속의 무서운 괴물의 이름으로 적합할 것으로 생각하여 "거악"을 제목으로 붙였습니다. 사람이 당한 형태를 보면 어찌 되었건 입이 상당히 큰 괴물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Jaesik Kwak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곽재식의 옛날 이야기 밭

1개의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로운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