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백과 사전

백죽모 (白竹帽: 흰 대나무 모자라는 말)

어우야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목조신중상 (공공누리1)

사람의 모습인데 머리에는 대나무로 만든 흰 모자를 쓰고 있고, 얼굴이 검고 수염이 매우 많이 나 있다. 흰 모자에는 새끼줄로 만든 끈이 있어서 턱에 걸쳐 쓰게 되어 있다. 귀신의 일종인 듯 한데, "사장(舍長)"이라는 칭호로 부르는 자신의 우두머리를 떠 받들고 있고, 수십명의 그 무리를 이끌고 있는 앞잡이 같은 역할을 한다. 사장이라고 하는 귀신은 전설 속에서는 여자인데, 역시 흰 모자를 쓰고 있는데 모자는 원정(圓頂)이라는 둥근 모자 형태이고 옷차림은 백납(白衲) 차림이라고 하여 스님들이 입는 옷 비슷한 흰 옷을 입은 듯 하다. 이것의 무리는 숫자가 많은데 머리를 마구 풀어 헤치고 누더기 옷을 입은 남녀의 모습으로 매우 시끌벅적하게 움직인다.

이것이 사장과 함께 무리지어 집에 한번 찾아 오면, 밥과 고기를 내어 놓으라고 난리를 치며 밤새 집안을 헤집어 놓는다. 그러는 중에 집의 가구를 부수어 놓고 온통 집을 더럽혀 놓으며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사람을 때리기도 한다. 사람이 도망쳐서 다른 집에 가 있으면 죽을 때까지 따라가는 수도 있다. 무리의 우두머리인 사장은 두견화(杜鵑花) 꽃으로 만든 전을 비롯해서, 떡, 각종 진귀한 음식을 달라고 하고는 단숨에 먹어 치우는 대식가인데, 만약 음식을 주지 않으면 사람을 괴롭힌다. 가끔 마지막으로 한번만 음식을 화려하게 차려주면 영영 떠날거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래 보았자 거짓말이였다는 전설도 있다. 서울 낙산 아래 소용동(所用洞)에 살던 과부 안(安)씨가 세상을 뜬 뒤에 이야기 속의 사장으로 변해서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혔다는 이야기가 "어우야담"에 나온다.


* "어우야담"의 이야기에는 안씨가 생전에 항상 염불을 하며 채식을 하고 둥근 갓을 만들면서 검소하게 살면서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금욕적으로 살았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그 뒤에 위와 같은 귀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욕구를 참는 것을 중시하거나 채식을 해야 하는 것이 좋다는 불교 풍습을 비웃으려는 의도가 담긴 조선시대의 전설로 보입니다. 못 먹어서 먹을 것을 달라는 귀신 떼거리가 몰려 든다는 이야기이므로 일종의 "걸신" 이야기, "걸신 들리는 이야기"의 한 형태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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