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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충 (赤色蟲)

광제비급
김세종 민화컬렉션 전시회 19세기 화조인물도 중 발췌
김세종 민화컬렉션 전시회 19세기 화조인물도 중 발췌

시체에서 나타나는 벌레로 시충(尸蟲)의 종류이며 붉은 색이며 크기가 크다. 귀신을 쫓아 내는 기운이 몸 속에 있는 듯 하여, 이것을 말려서 가루를 내어 귀신 붙어서 병이 생긴 사람이 먹으면 귀신을 쫓을 수 있다. 이것을 먹기 전에 귀신이 붙은 사람은 이상한 꿈을 꾸고, 추웠다 더웠다 하기를 오래 반복하면서 사람이 점점 살이 말라 죽게 되는데, 이것의 말린 가루를 술에 타서 먹으면 특효라고 하며, 비슷한 명을 가진 사람 여럿이 나누어 먹으면 모두 다 낫게 된다. "광제비급"에 나와 있다.

* 보통 "시충"이라고 하면, 흔히 "삼시충(三尸蟲)"을 줄여서 말하는 것일 때가 많습니다. 삼시충은 사람 몸 속에 산다고 주로 중국 도교에서 믿었던 이상한 벌레로 사람 몸의 위쪽, 가운데, 아랫쪽에 각각 한 마리 씩 세 마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사람이 자고 있을 때 하늘 바깥의 세계에 가서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알리기 때문에, 삼시충이 하늘 바깥의 세계에 가는 날에는 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중국의 생각이 전해진 후, 고려시대 이후로 고려, 조선에서도 제법 많이 믿어서, 주로 "수세(守歲)"라고 하여 연말의 경신(庚申)일에 잠을 자지 않는 풍습이 특히 성행했습니다.
위 이야기에서 말하는 시충은 정확하게 이러한 삼시충을 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사람의 몸 속에서 살다가 사람이 죽으면 발견되는 벌레, 혹은 사람의 시체에 깃드는 벌레의 통칭으로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귀신이 붙어서 생긴 병을 쫓는 것을 보면 역시 신령스러운 힘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시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벌레는 파리의 애벌레와 송장벌레와 같은 딱정벌레 종류입니다. 원전의 이야기에서 병에 걸린 사람의 시아버지가 이웃 사람 묘를 옮기다가 이 벌레를 발견했다고 되어 있으니, 이 벌레도 아마도 파리의 애벌레 또는 딱정벌레를 닮은 것 중에 색이 붉고 크기가 커서 특별히 확 눈에 뜨이는 것이었다고 짐작해 볼 수 있겠습니다.
원전에는 이 벌레로 사람을 치료하는 수법이 "죽은 사람의 목침(배게)을 달여 먹이면 귀신 붙어서 생긴 병이 낫는다"라는 것과 같은 계통이라고 했는데, 그런 것을 보면 이 벌레에 사람을 병들어 죽게 하는 귀신의 기운이 서려 있거나, 그런 귀신과 다투다가 죽은 사람의 기운이 서려 있는데, 그것을 먹어서 환자에게 머물고 있는 다른 귀신을 쫓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벌레는 귀신의 기운이나 사람이 죽는 기색, 혹은 귀신과 사람이 싸우는 힘을 빨아 먹고 사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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