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백운거사 (白雲居士 , 녹정 鹿精)

정조 실록
김홍도필 군선도 병풍 중 발췌
김홍도필 군선도 병풍 중 발췌

깨달음을 얻은 사슴이 지혜와 장수하는 법을 얻은 뒤에 사람과 비슷한 형체로 변한 것이다. 얼굴이 길고 머리털이 희다. 수 백년, 수 천년 동안 살아 갈 수 있다. 다른 이름으로 자신을 "청경노수(淸鏡老壽)"라고도 부른다. 신라 말 최치원이 가야산에 들어 가서 공부할 떄 한 사슴 한 마리가 항상 책상 밑에 엎드려 있기를 자주하여, 최치원이 말하기를 "능히 도를 흠모할 줄을 아니, 나이를 연장하는 방법을 얻도록 해야 겠다"고 한 뒤에,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항상 세상의 여러 일과 나라의 형세, 미래에 벌어질 일과, 정치, 싸움, 전쟁의 이기고 짐에 대해서 내다 보며 그에 대한 생각을 말하곤 한다. "정조 실록" 1785년 3월 12일자에 실려 있다.

* "정조 실록"의 1785년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면, 문양해라는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예언과 기이한 술법을 내세우면서 반란을 일으킬 모의를 했다는 죄로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조사 내용 중에 어떤 사람이 곰이 사람 모양으로 변한 것과 함께 사슴이 사람 모양으로 변한 것, 녹정, 곧 백운거사를 만나 보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용 자체는 허황된 이야기로 사람들을 속이면서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반란을 일으킬 궁리를 했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무렵 사람들이 신선이나 짐승이 변한 신령스러운 것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소문으로 퍼뜨렸는지,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라면 그럴 듯하다고 여길 만 했는지 짐작해 볼만한 단서가 되는 내용일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신라 최치원을 자주 따르던 사슴이 신선으로 변한 뒤에 이후 세상 일에 계속 관심을 갖고 미래를 예언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제법 흥미진진합니다.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면, 최치원은 이미 속세에 미련을 버리고 더 이상 세상에 나타나지도 않는데, 그 제자 뻘에 해당하는 사슴이 변해서 생긴 신선은 여전히 세상 생각을 해서 계속해서 나라를 엎으려고 한다거나 세상 돌아 가는 일에 대한 예언을 하고 다닌다는 것도 대비를 이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전에서 백운거사는 스스로 5백살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깨달음을 얻어 모습이 바뀐 뒤에 5백년이 지난 것일 수도 있고, 사슴의 상태로 5백년을 살다가 그 후에 깨달음을 얻었고 이후로는 나이를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편, 17세기말의 사전인 “역어유해”를 보면, 버드나무의 정기에서 생긴 괴물(柳樹精), 불교의 괴물인 "야차(夜叉)"의 정기에서 생긴 괴물(夜叉精), 여우나 살쾡이의 정기에서 생긴 괴물(狐狸精)을 모두 "독갑이", 즉 도깨비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이 관습을 따른다면 이름인 “녹정”이라는 말은 “사슴도깨비”라는 식으로 번역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Jaesik Kwak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