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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랑 (希郞)

가야산기
해인사 목조 희랑대사 상
해인사 목조 희랑대사 상

희랑은 한 사람의 칭호로, 이 사람, 희랑은 심성이 관대하고 보통사람과 다른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 특히 가슴 한 가운데에 손가락 굵기만한 구멍이 뻥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이 몸 속까지 연결되어 있다. 얼굴과 손은 모두 까맣고 힘줄과 뼈가 유독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모양이다. 원래 머나먼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신라시대에 신라로 건너왔다고 한다. 이 사람은 해인사의 승려로 지냈는데,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는 승려라고 하여 “천흉승(穿胸僧)”이라고도 한다. 이덕무의 “가야산기”에 나와 있다.


* 중국 고전에서는 “천흉국(穿胸國)”이라고 하여 예로부터 가슴 한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려 있는 이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높은 사람이 바깥 외출을 할 때에는 가마를 태우는 대신에 가슴에 막대기를 끼워 넣고 막대기를 하인들이 메서 들고 다닌다는 식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청나라 시대의 소설 “경화연”에는 너무 일을 하기 싫어하는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심성 때문에 심장이 한쪽으로 점점 쏠리게 되고 그러다가 가슴에 구멍이 뚫려 버렸다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습니다. 과거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심성과 관계 있는 장기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상상을 했던 것입니다.

그에 비해 승려 희랑조사 또는 희랑대사에 관한 이야기는 아마도 가야산 해인사에 있는 희랑조사 모양의 조각상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교 승려의 모습을 나타낸 조각상에는 왜인지 가슴 중앙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뚫은 것인지, 아니면 벌레 먹거나 다른 잘못으로 뚫린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조선시대부터 이러한 구멍은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희랑조사가 당나라 등의 먼 곳에서 온 외국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보니, 아예 가슴에 구멍 뚫린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서 희랑조사가 찾아 왔다는 식의 이야기가 생긴 듯 합니다.

희랑조사가 가슴에서 구멍 뚫린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전설은 이덕무, 박지원, 성해응 등 조선시대 여러 사람의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천흉승”이라는 말은 박지원의 “영대정잡영” 중 “해인사”편에 나와 있는 것입니다. 이덕무는 중국의 천흉국 이야기에 비해서는 구멍이 너무 작아 보여서 사실은 아닌 것 같고, 아마 벌레 먹은 구멍을 두고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가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에 채록된 전설로는 다른 재미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산에 모기가 많아 사람들이 너무 고생하자, 희랑조사가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사람 피는 빨아 먹지 말고 자기 피만 빨아 먹으라고 자기 가슴에 일부러 구멍을 나게 했고 그곳으로 모기들을 초대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기들을 불러 모으고 몰고 다니는 사람이 희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희랑을 그만한 희생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조각상은 색깔은 조금 바뀐 듯 합니다만, 현재에도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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